[거버너스 리스크관리 컴플라이언스]에서 배우는 거버넌스 실패에 관한 통찰

아서 레빗(Arthur Levitt)전직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 의장이 미국 기업의 거버넌스 실패와 교훈에 대해 말한다. [거버넌스 리스크관리 컴플라이언스] 책 서문에 실린 이 글을 통해 기업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일어난 최악의 경제 위기 및 금융 위기의 여파에 대해 정책 입안자, 저널리스트, 투자자 등은 누가 이에 책임이 있는지 가려내기 위해 애써 왔다. 여러 위원회가 열리고, 다양한 연구가 수행된 결과, 이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어느 한 부류만이 이 위기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기업, 입법부와 규제 당국 차원의 거버넌스, 감독 및 리스크 관리 실패로부터 심각하고 체계적인 문제들이 발생했다.  

실패 가능성을 상상하고, 파악하며, 감소시킬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할 일을 하지 않았다. [거버넌스 리스크관리 컴플라이언스] 저자인 리처드 스타인버그(Richard Steinberg)가 이 책에서 명확히 밝히는 바와 같이, 경영진, 규제 당국, 그리고 이사회 위원들의 부주의와 부작위(不作爲)의 대가는 수억 달러 정도가 아니라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스타인버그는 개인들과 기관들이 시장에 대해 그들이 취하고 있던 가정(Assumption)과 리스크를 취하는 문화에 대한 견제와 시정 수단을 지니고 있지 않아서 불과 몇 주 또는 몇 달 만에 평판 및 기업 자체가 무너졌음을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한 사람의 수가 충분하지 않았다.  

거버넌스 실패에 대해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 이는 주로 내가 1990년대에 규제기관에서 일하면서 미국의 기업과 규제 인프라에서 전에도 이와 동일한 많은 실패들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 거버넌스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들 중 많은 부분은 엔론, 월드콤, 그리고 2000년대 초의 다른 주요 기업 스캔들이 발생한 이후에야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에 따른 개혁, 특히 사베인-옥슬리법은 크고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스캔들의 충격을 겪은 직후에, 거버넌스에 대한 인식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현재 대부분의 이사회는 과반수가 독립적인 이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심적인 위원회들은 모기업의 통제를 받는 일부 회사들을 제외하면 독립적인 이사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선임 사외 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 또는 별도의 의장을 두고 있다. 이사회는 자주 회합하며 이사회 전체와  CEO를 배제한 임원들만의 모임 모두 주주들로부터 엄격한 조사를 받는다. 게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urities Exchange Commission, SEC) 규칙들은 주주들이 보다 자주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수의 상장 기업에서 교차 임기제 이사회 위원 중 임기가 만료된 이사(classified board)의 해임 또는 기타 인수 방어 사안에서 주주의 제안이 채택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현재 대부분의 상장 기업 이사 선출은 다수결이 표준이기 때문에 주주들은 주저함 없이 의결권 싸움에 관여하기도 하고, 대리권 싸움에 유보적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이사회가 자신의 책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명백한 예도 많지만, 다수의 이사회들은 이전보다는 자신의 일을 더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도 더 잘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이 중요하고 필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 시장의 특성에 어울리는 규제 제도를 개발하는 도전 과제와 마찬가지로, 거버넌스 기준도 회사의 운영 방식을 따라잡기 위해 계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나는 두 가지 분야에서 중요한 노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는 이사회 위원들에 대한 요건, 회사 정관, 보상 구조, 그리고 주주들의 제안이 다루어지는 방식 등 회사 구조 자체 안에 있고, 두 번째는 규제 구조 안에 있다.  

회사의 영역 안에서는 항상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개선이 이뤄지면, 이사회가 투자자들의 관심사항에 대해 보다 선제적이고 민감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전문성이 있으면 보다 책임감 있게 일하는 것이 쉬워지겠지만, 독립적인 이사들이 필요한 지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래서 상근 임원이 이사회에 정보 및 분석 결과를 제출할 때에는 항상 임원들이 아는 것과 이사회가 아는 것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

이사회 위원들은 회사의 재무 및 운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모든 질문을 하고,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개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 이사회 위원들은 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회사가 재무적으로 복잡한 거래에 관여하는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이러한 거래들은 숨겨진 리스크의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리스크는 우리가 보아온 바와 같이 거의 누구도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다.

나는 이사회에 금융 시장에 대한 경험, 특히 리스크에 대한 이해, 가격 결정 및 관리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정규적으로 도전적인 질문과 이슈들을 제기하는 이사가 한 명만 있어도, 이사회는 경영진들이 거래 상대방 리스크, 운영 리스크 등과 같은 이슈를 보다 창의적으로 생각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회사의 이사들은 주주들에게 자신들이 과거에 이러한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있음을 언급하며 그러한 사안을 다룰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한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이사회에 그러한 전문성을 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들이 무너지더라도, 기관 투자자들이 불평할 근거가 없다.  

나는 또한 이사회가 보상에 대해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상에 관한 투표를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와, 이사회가 보다 더 효과적인 성과 보상이 이루어지게 하고, 이익에 대한 엄격한 상한을 설정할 것인가에 관한 제안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적절한 아이디어들이다.

나는 이사회 위원들이 자신들도 동일한 기준 및 보상 규칙을 따르라고 촉구하고 싶다. 불행하게도, 이사회 위원 중에는 상당한 수준의 급여를 즐기면서, 질문은 거의 하지 않으며, 그저 이사회에 출석만 하면 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사회의 이사직은 은퇴한 임원, 정치가 등의 자리마련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직무에는 책임이 따르며, 보상은 이 책임을 완수한 대가로 받는 것이어야 한다. 이사회 위원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보다 더 열심히 일하도록 요구되는데, 그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할 이유를 주기 위해서는 현금과 주식 보상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임원들에게 환수 규정이 적용된다면, 이 규정이 이사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사회 자리가 어렵고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사의 역할을 잘 하게 하려면 실제로 이사회 위원들에게 이에 상응하게 지급해야 한다. 이는 이사회 위원들이 그들의 재무적 운이 회사의 장기적인 건강에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 성과에 대한 기대에 부합하는 보상을 지급함을 의미한다. 

물론, 연방 정부입법부 및 행정부 포함에 의해 개선된 기업 거버넌스가 명확하게 의무화되지 않는 한, 개개의 이사회에서 행해진 어떤 조치도 널리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보상에 관해 여러 논의들이 있지만, 진정한 문제는 의미 있는 공시나 투명성의 결여이다. 이사회가 단편적으로 경영진을 다그쳐서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 의미 있는 상세한 내용을 알아낼 수는 있다. 그러나 연방 정부만이 공시와 투명성에 관한 보다 강력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미국의 기업들에 지속적이고 폭넓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자들은 경쟁사에 부적절한 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장 가동률, 단위 면적당 점포 매출액, 신상품으로부터의 매출액, 종업원 1인당 매출액뿐 아니라 회사가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고, 레버리지를 어떻게 이용하며, 대출 상환 상태를 어떻게 모니터 하는가 등을 해독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는 어느 회사도 이러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의회가 그런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이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이사회에게 리스크 관리에 관한 규칙을 보충하기 위해 회사의 전략 및 임원 승계에 대한 감독 등 주주에 대한 청지기 직무를 어떻게 수행하는지 설명하도록 요구하는, 보다 강력한 공시 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러한 공시는 이사회의 에너지를 그러한 이슈들에 집중하도록 하고, 투자자들에게 거버넌스 상의 잠재적 약점을 알려 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제안들 이면에 놓여 있는 지도 원리는 다음과 같다. 경영진이 이사회에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제공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보다 더 많은 내용을 알려 줘야 한다. 공개가 중대한 경쟁상의 이점을 훼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경영진에게 시장에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도록 압박하고, 그럼으로써 회사의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시장이 가치를 적절하게 부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나 연방 정부가 보다 많은 공시를 요구하고 투명성에 대해 더 높은 기준을 세워야만 거버넌스를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회 및 행정부 모두에서 체계적 리스크, 대마불사(大馬不死), 그리고 기타 거시적인 이슈들에 대해 에너지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 규제 개혁이 이러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중요한 일들이 방치되고 있어서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여전히 도덕적 해이와 체계적 리스크라는 질병에 노출될까 두렵다. 최근 금융 위기 때 발생한 기업 거버넌스 실패 중에서 핵심적인 실패는 우리가 현재 다루고 있는 문제들을 초래한 규제기관의 감독 실패였다. 개별 기업의 거버넌스 실패에 정부의 거버넌스 실패가 가세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패니 매(Fannie Mae)와 프레디 맥(Freddie Mac)의 감독 기관들이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을 봐 왔다. 이에 대해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왜 자신의 일을 하지 않았는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의회와 백악관에 의해 규제기관에 인위적인 제한이 가해져 있었다. 규제기관이 해야 할 일을 수행하지 못하면, 규제기관을 감독하고, 그들이 일을 잘하도록 권한을 부여한 곳도 비난을 받아야 한다.  

규제기관을 감독하는 기관들이 로비와 압력에 굴복했다. 그들은 일부 저명한 사례에서 규제기관들을 후퇴시켰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에 대한 합리적인 규제가 보류되었다. 은행들이 과도한 리스크를 취하지 못하게 하려는 규제기관의 노력은 가로막혔다. 규제기관에는 자신의 일을 하려는 좋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도록 허용되지 않는다. 회계 분야의 기준 설정자들은 시가 평가 규칙이 은행의 손익 계산서에 영향을 주는 방식을 변화시키라는 위협을 받았다. SEC의 전문 조사역들은 정치적으로 임명된 감독자들이 승인하지 않는 한, 기업에 벌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허용되지 않았는데 이로 인해 기업들이 의미 있는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은행 감독 당국은 단지 추가적인 신용 공황을 피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건전하지 않은 은행들에 관해 시장을 안심시키는 언급을 했다. 규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구조가 크게 훼손되었고, 우리는 이에 대해 비싼 대가를 치렀다.  

[거버넌스 리스크관리 컴플라이언스] 책 내용과 그 배후의 사고는 미국 회사들의 이사회 및 최고 경영진이 지난 십 년 동안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거버넌스 리스크관리 컴플라이언스]는 거버넌스 프로세스를 다루고 있으며, 자아 성찰, 가치에 의해 견인되는 비즈니스 관행 및 행로 수정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환영하는 기업 문화 조성이라는 일상적인 도전 과제에도 중점을 둔다. 리처드 스타인버그의 책은 스캔들과 위기를 피했던 모든 기업들을 괴롭히는 무사안일에 대한 각성제이다.

거버넌스 실패는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다행스럽게 이를 피했던 기업들은 이를 위해 노력했거나 단지 매우 운이 좋았을 뿐인데, 실상은 운이 좋았던 기업들이 많다. 나는 운이 좋았던 이들에게 [거버넌스 리스크관리 컴플라이언스]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자신의 이사회에 거버넌스 개혁을 시작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당신이 경영자이건, 이사회 위원이건, 아니면 투자자이건, 더 많은 투명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사회에 금융 시장에 대한 전문성, 특히 리스크 평가 능력의 중요성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잠재적인 위기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틈새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및 미래의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이슈들을 이처럼 강력하고 명석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아서 레빗(Arthur Levitt)전직 미국 증권 거래 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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